In sterquilinis invenitur
공포를 넘어 내딛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있다.
글로 엮는 세계
In sterquilinis invenitur
공포를 넘어 내딛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있다.
크리스마스가 지났습니다. 오후가 넘어야 느지막이 일어나는 미친 생활습관 탓에 생산성이 바닥을 기고 있던 와중, 오랜만에 아침 아홉시에 일어나 나가고, 여섯시에 돌아온 뒤. 휴일이라는 생각에 하루 종일 애니보고, 영화보고, 디스코드에서 잡담하다 잠들기 위해 누웠습니다. 불안이 저를 누르기 전까지요.
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이 정신적 탈진 전까지 끊임없이 생성됩니다. 사과나무처럼 생각이 열리면 글로 자주 따줘야 하는 걸까요? 원해서 열리는 게 아니니 적절한 비유 같습니다.
뭐… 잘 모르겠으니 잘 모르는 만큼 두서없이 적어보려 합니다.
슬슬 졸립네요. 하루 종일 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은 것들이 정말 너무나도 많고 가볍고 무겁습니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려면, 글을 쓰고 창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고, 저는 너무 카오틱한 사람이지만… 하다 보면 언젠가는 결실을 맺지 않을까요.
아무쪼록 즐거운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밤이 참 길군요. 총총 이만.
글을 적는 게 오랜만이기도 하고, 근황을 궁금해하실 분이 있을 것 같아, 연말을 맞아 길게 작성해보려 합니다. 올해 많은 깨달음과 진전, 배움이 있었지만, 한 번도 이런 기록을 남겨본 적이 없어 무얼 적어야 할지 잘 모르겠군요. 아무쪼록 잘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재작년 KCL에 연구 알바로 재직하던 시절에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프로그래밍이 너무 재미있어, 1개월의 선발 과정을 거쳐 본과정에 붙었습니다. (처음 시도는 떨어졌었습니다.)
선발 과정은 굉장히 힘들고 며칠은 밤을 새기도 했지만, 여러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고, 선발과정 전에 배우던 지식들을 아낌없이 나눌 수 있어 좋았고, 마지막 날엔 사진도 함께 찍는 등 다시 없을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작년 11월부터 월간 10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배운 것들은 프로그래밍보단 자신이 모르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배울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럽게 어렵고 귀찮은 과제들을 처리하며 기본기와 컴퓨터공학 지식을 덤으로 얻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얻은 것은 시간과 컨디션 관리 능력이었습니다. 습관적 밤샘과 카페인 섭취, 방탕한 게임생활을 이어가던 저는 좋지 않은 건강과 정신상태를 갖고 있었고, 자신의 모든 취약점을 파악하고, 생활습관, 우울, 불안등을 개선하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서울시 마음건강 제도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 년 반 가까이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며 우울과 불안을 개선했고, 심리상담비용을 지원받아 정말 좋은 임상심리사분과 얘기하며 제 자신이 갖고 있었던 역기능적인 생각과, 무력감에 대한 분노, 가족과 자신에 대한 용서 등 많은 심리적 취약점들을 개선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습니다.
카페인도 끊었습니다. 위와 식도를 잇는 괄약근이 카페인이 풀어버리며 위산이 역류해 기침이 멎지 않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일로 사랑하는 커피와 콜라, 립톤, 홍차 등과 생이별하게 되었습니다. 슬픔.
하지만 이걸로 중독적이고 의존적인 물질들을 다 끊어낸 것 같아 한편으론 기쁘기도 합니다. 몸도 가볍고 졸음과 피로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과제를 하지 않으면 짤없이 퇴학시켜 버리는 블랙홀 제도도 스스로를 개선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팀원 데드라인이 하루 이틀 남은 미친 듯한 압박도 견디며 과제를 한번에 통과했을 때 정말정말정말정말 기뻤습니다.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실제로 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무력감에 젖어 살던 제게 어마어마한 원동력과 벅찬 기쁨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언가 만들고 배우고 도전하는 이런 삶을 이어가고 싶을 정도로요.
이제서야 저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필요하시면 말해주세요.
지금까지의 노력을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 정말 뿌듯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경험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쉐이더도 공부해보고 싶네요. 재미있었습니다.
이 분야는 공부할 게 산더미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네요. 앞으로 뭘 만들지 너무 기대됩니다.
일년간 너무 공부만 해 와서, 웬 고양이 사진들밖엔 없네요… 별 것 없지만 조금이라도 올려볼게요.
이제 와 돌아보니 사진을 찍지 않으면 기억나는 게 별로 없네요. 이래서 일기를 쓰고 기록을 자주 하나 봅니다. 원체 남기는 것 없이 살아와 습관이 된 모양이네요. 앞으론 자주 남기겠습니다…
내년 유월 안에 42과정을 모두 끝내고 취업전선에 뛰어들 예정입니다… 국내외 상황이 좋지 않아 걱정은 되지만, 이제 실력에 자신도 붙었고,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네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찾아와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을 모두 사랑하고, 연락은 못 드렸지만 제 주변 분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모두에게 평화롭고 즐거운 앞날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