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16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 클러스터도 다녀왔고, 망할 과제물도 하나 끝냈다(아마).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옷차림과 화장을 했고, 밀린 집안일들도 음식물쓰레기 빼고 다 처리했다. 몇개월 만인지 가장 좋아하는 집반찬도 하나 만들었다. 이 글을 쓰기 직전인 새벽엔 친구들과 그럭저럭 재밌게 게임도 했다. 어젠 정말 모든 게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울기도 했는데, 역설적이게도 인간은 계속 움직여야만 살아갈 힘이 나나 보다.

이대로만 하면 되는 걸까. 나나 누군가가 나중에 본다면 우습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게 내게 남은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태껏 천천히 잊히고 망가져만 갔던 삶을 고치고 다시 시작할 기회. 나를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밤이 깊었다. 내일도 모레도 역시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길 바란다.

230215

무기력하다. 입맛도 없고, 뭔가 만들어 먹을 힘도 나지 않는다. 머리도 아프고, 쌀쌀한 날씨는 남은 의욕마저 꺾는 듯하다. 요 며칠간은 긴장이 심해 몇 시간이 지나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었다. 최악이었다.

몸을 움직이기엔 강제성이 필요하다 판단해 몇 주 만에 내일 오후 두시에 코드 리뷰를 예약해 뒀다. 거지같은 컨벤션만 아니면 해치우고도 남았을 과제물이 속을 긁는다. 내일 나가기만 해도 조금은 나아지겠지. 무엇이 나를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려 했지만 이미 나에 대해선 일상에서 충분한 고찰을 해왔고, 이 이상 혼자 생각하는 건 의미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어제는 호흡과 마음가짐을 조금 바꿨더니 꽤나 잘 쉰 것 같아 좋았다. 천천히라도 바꿔나가야 벗어날 수 있다.

운동, 식습관, 생활습관 하나라도 어긋나면 지금은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 환경을 바꿔나가야 사람이 바뀐다는 것을 절절히 깨닫는다. 식재료를 주문하고,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외출하기로 피평가자와 룸메이트와 약속했다.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은 버린 지 오래였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지 않는가. 흘러 흘러 가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