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글로 옮기는 게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말하지 않아도 자신을 알아 달라는 생떼에 불과할 것이다.
실력을 보임으로써 믿음을 얻고, 무언가의 일원이 되어 더 나은 것들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애석하고 어리석게도, 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의 근거가 나의 시야와 부모님 두 분의 기대와 실망을 제외하곤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길다면 긴 세월을 지나고 나서야 스스로의 눈을 통해 객관적인 자신을 보게 되었다. 썩 괜찮은 모습이었다. 세계라는 알을 깨고 나온 새에 비유한 문장만큼 어울리는 것이 없겠다. 아마 그도 비슷한 것을 느꼈으리라.
누군가의 눈을 통해 자신을 보는 것이 숨이 막히고 떨리는 것을 부정하진 않겠다만, 지금까지 스스로가 놀라울 정도로 너무나 잘 해내왔지 않는가. 당당히 서자. 기다리고 있는 게 무엇이든, 이제 준비가 되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카테고리:] diary
231231
In sterquilinis invenitur
공포를 넘어 내딛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있다.
231226
크리스마스가 지났습니다. 오후가 넘어야 느지막이 일어나는 미친 생활습관 탓에 생산성이 바닥을 기고 있던 와중, 오랜만에 아침 아홉시에 일어나 나가고, 여섯시에 돌아온 뒤. 휴일이라는 생각에 하루 종일 애니보고, 영화보고, 디스코드에서 잡담하다 잠들기 위해 누웠습니다. 불안이 저를 누르기 전까지요.
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이 정신적 탈진 전까지 끊임없이 생성됩니다. 사과나무처럼 생각이 열리면 글로 자주 따줘야 하는 걸까요? 원해서 열리는 게 아니니 적절한 비유 같습니다.
뭐… 잘 모르겠으니 잘 모르는 만큼 두서없이 적어보려 합니다.
-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 애니는 장송의 프리렌 봤어요. 재밌습니다.
- 느낀 점 : 인생은 정말 짧고 덧없다. 마법사 되고 싶다.
- 마력 대신 전자기력을 쓰는 마법사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 피자스쿨 나폴리 피자랑 갈릭디핑소스 언제 먹어도 맛있는 것 같음.
- 게임은 리썰 컴퍼니 했습니다. 이것도 친구들이랑 같이 하면 재밌음.
- 게임 만들고 싶어요. 뭐가 될진 잘 모르겠네요. 수십가지 장르에 아이디어만 잔뜩 떠올리는 중. 아 이것도 나중에 정리해서 적어놔야겠다.
- 방금 확인해보니 한 달에 2000여개의 순 방문이 찍히는데 사실 많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인터넷 세상엔 봇도 많고… 사실 광고도 받고 싶은데 똥글밖에 없다고 반려되었습니다. 내년엔 조금 생산적인 글을 써보자.
- 대체 왜 2000이나 보는거임? 불안하게
- 레이 마치 알고리즘 튜토리얼 써볼까 생각 중
- 근데 인터넷 세상을 중복된 너저분한 글로 더럽히긴 싫다. 내가 더 잘 설명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해 볼 예정.
- 알고리즘에 대한 흥미가 조금 식은 듯, foobar challenge로 구글 면접이라도 보고 싶은데 파이썬에 올인해 배우기엔 너무 멀다.
- 저에 대해 어디까지 적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 남의 일기장 보는 게 재밌는 걸 알아서 저도 읽으시는 분들이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 근데 보고 있으시면 잘 보고 있다고 말 좀 해주세요.
- 운동해야지 (몇 년째)
- 외주를 받기 시작했는데, 아무도 안 와요.
- 일월부터 160시간씩 출석해야 함… 빨리 공통과정 끝내자.
- 이걸로 시간관리능력을 조금 길렀으면 좋겠다.
- 자신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없어서 불안한 것 같다. 그래도 하면 하는데…
- 2024의 슬로건은 하면하지로 정했습니다.
- 이대로 주절주절 글을 적기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
-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런 제목들이 검색 엔진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일기 제목은 이렇게 쓸 예정
- 이런 불안과 역경들을 이겨내면 편안해질까요? 길 잃은 청춘인 나는 모른다.
- 언젠가 내가 잘못했던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싶네요. 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받아주지 않더라도.
- 충분한 시간이 생긴다면, 생각들을 보기 좋게 모아서 잘 짜여진 글을 쓰고 싶어요.
슬슬 졸립네요. 하루 종일 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은 것들이 정말 너무나도 많고 가볍고 무겁습니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려면, 글을 쓰고 창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고, 저는 너무 카오틱한 사람이지만… 하다 보면 언젠가는 결실을 맺지 않을까요.
아무쪼록 즐거운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밤이 참 길군요. 총총 이만.
231206 – 회고
글을 적는 게 오랜만이기도 하고, 근황을 궁금해하실 분이 있을 것 같아, 연말을 맞아 길게 작성해보려 합니다. 올해 많은 깨달음과 진전, 배움이 있었지만, 한 번도 이런 기록을 남겨본 적이 없어 무얼 적어야 할지 잘 모르겠군요. 아무쪼록 잘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42Seoul 본과정
재작년 KCL에 연구 알바로 재직하던 시절에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프로그래밍이 너무 재미있어, 1개월의 선발 과정을 거쳐 본과정에 붙었습니다. (처음 시도는 떨어졌었습니다.)
선발 과정은 굉장히 힘들고 며칠은 밤을 새기도 했지만, 여러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고, 선발과정 전에 배우던 지식들을 아낌없이 나눌 수 있어 좋았고, 마지막 날엔 사진도 함께 찍는 등 다시 없을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작년 11월부터 월간 10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배운 것들은 프로그래밍보단 자신이 모르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배울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럽게 어렵고 귀찮은 과제들을 처리하며 기본기와 컴퓨터공학 지식을 덤으로 얻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얻은 것은 시간과 컨디션 관리 능력이었습니다. 습관적 밤샘과 카페인 섭취, 방탕한 게임생활을 이어가던 저는 좋지 않은 건강과 정신상태를 갖고 있었고, 자신의 모든 취약점을 파악하고, 생활습관, 우울, 불안등을 개선하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서울시 마음건강 제도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 년 반 가까이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며 우울과 불안을 개선했고, 심리상담비용을 지원받아 정말 좋은 임상심리사분과 얘기하며 제 자신이 갖고 있었던 역기능적인 생각과, 무력감에 대한 분노, 가족과 자신에 대한 용서 등 많은 심리적 취약점들을 개선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습니다.
카페인도 끊었습니다. 위와 식도를 잇는 괄약근이 카페인이 풀어버리며 위산이 역류해 기침이 멎지 않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일로 사랑하는 커피와 콜라, 립톤, 홍차 등과 생이별하게 되었습니다. 슬픔.
하지만 이걸로 중독적이고 의존적인 물질들을 다 끊어낸 것 같아 한편으론 기쁘기도 합니다. 몸도 가볍고 졸음과 피로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과제를 하지 않으면 짤없이 퇴학시켜 버리는 블랙홀 제도도 스스로를 개선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팀원 데드라인이 하루 이틀 남은 미친 듯한 압박도 견디며 과제를 한번에 통과했을 때 정말정말정말정말 기뻤습니다.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실제로 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무력감에 젖어 살던 제게 어마어마한 원동력과 벅찬 기쁨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언가 만들고 배우고 도전하는 이런 삶을 이어가고 싶을 정도로요.
이제서야 저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든 것들
- 조그만 디스코드 봇들을 세 개 구축했습니다.
하나는 노래를 재생해주는 봇, 시간을 맞춰 놓으면 자동으로 음성 채널에서 강퇴해주는 봇, 그리고 간단한 질문들에 마법적인 답을 내려주시는 마법의 소라고동 봇입니다.
필요하시면 말해주세요.
- 컴퓨터 그래픽의 기초를 배우고 와이어프레임 렌더러와 레이 트레이서를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프로젝트 사진을 첨부합니다.
- 지금 보고 계시는 웹사이트를 구축했습니다.
제 발 밑 조그만 서버에서 모든 것들이 돌아가고 있어요. 정말 신기합니다.
서버 관리와 리눅스 OS에 관한 많은 것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클라우드플레어로 서버를 옮기기도 했고, 아마 새 서버용 컴퓨터를 사기 전엔 이렇게 유지될 것 같습니다.
- 알고리즘 문제풀이 등급 플래티넘을 달성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 정말 뿌듯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경험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 간단하지만 예쁜 시뮬레이션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쉐이더도 공부해보고 싶네요. 재미있었습니다.
이 분야는 공부할 게 산더미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네요. 앞으로 뭘 만들지 너무 기대됩니다.
일상 – 23년
일년간 너무 공부만 해 와서, 웬 고양이 사진들밖엔 없네요… 별 것 없지만 조금이라도 올려볼게요.
이제 와 돌아보니 사진을 찍지 않으면 기억나는 게 별로 없네요. 이래서 일기를 쓰고 기록을 자주 하나 봅니다. 원체 남기는 것 없이 살아와 습관이 된 모양이네요. 앞으론 자주 남기겠습니다…
앞으로는?
내년 유월 안에 42과정을 모두 끝내고 취업전선에 뛰어들 예정입니다… 국내외 상황이 좋지 않아 걱정은 되지만, 이제 실력에 자신도 붙었고,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네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찾아와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을 모두 사랑하고, 연락은 못 드렸지만 제 주변 분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모두에게 평화롭고 즐거운 앞날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30430
26년동안 피부관리라곤 안 해도 깔끔말랑탱탱했던 피부가 생전 느껴보지 못한 퍼석한 촉감이 되어간다…
25세가 지나면 노화뿐이라던 게 이런 뜻이었구나
230428
밤샘 후 오전 10시경
여전히 잠은 잘 오지 않는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정신이든 육체든 지쳐 쓰러질 때가 되어야만 잘 수 있다. 그마저도 낮에 잠들면 깨어나서도 개운하지 않다. 암막 커튼에 안대까지 했는데도 이러는 걸 보면 문틈으로 새어들어오는 빛 같은 것도 다 없애야 하나 싶다.
이 밖에 여러 요인들 때문에 지원금 요건인 월 80시간 출석도 버거울 지경이다만, 적어도 잠 때문에 스트레스 받진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생각을 정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니 이렇게라도 적어봐야겠다.
다른 이야기지만 알고리즘 문제를 나름 꾸준히 풀고 있는데도 눈에 띄는 발전이 없다 보니 조금 답답하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플래티넘까진 달 수 있겠지만, 구멍이 숭숭 난 상태인 건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도 뭐 이후에 코테 준비하면서 채워지지 않으려나 싶다.
걱정이 좀 줄었으면 좋겠다. 객관적인 지표들이 모두 내가 잘 하고 있다고 가리키지만, 모든 게 참 어렵다.
230424 솔의 눈 마셔봄
의외로 산미치광이같은 맛은 나지 않았다…
충실하게 팍팍 넣은 단맛에 솔향 약간 첨가같은 맛이었음
맥콜처럼 왜 좋아하고 단종이 안되는지 마셔봐도 잘 모르겠다
230216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 클러스터도 다녀왔고, 망할 과제물도 하나 끝냈다(아마).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옷차림과 화장을 했고, 밀린 집안일들도 음식물쓰레기 빼고 다 처리했다. 몇개월 만인지 가장 좋아하는 집반찬도 하나 만들었다. 이 글을 쓰기 직전인 새벽엔 친구들과 그럭저럭 재밌게 게임도 했다. 어젠 정말 모든 게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울기도 했는데, 역설적이게도 인간은 계속 움직여야만 살아갈 힘이 나나 보다.
이대로만 하면 되는 걸까. 나나 누군가가 나중에 본다면 우습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게 내게 남은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태껏 천천히 잊히고 망가져만 갔던 삶을 고치고 다시 시작할 기회. 나를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밤이 깊었다. 내일도 모레도 역시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길 바란다.
230215
무기력하다. 입맛도 없고, 뭔가 만들어 먹을 힘도 나지 않는다. 머리도 아프고, 쌀쌀한 날씨는 남은 의욕마저 꺾는 듯하다. 요 며칠간은 긴장이 심해 몇 시간이 지나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었다. 최악이었다.
몸을 움직이기엔 강제성이 필요하다 판단해 몇 주 만에 내일 오후 두시에 코드 리뷰를 예약해 뒀다. 거지같은 컨벤션만 아니면 해치우고도 남았을 과제물이 속을 긁는다. 내일 나가기만 해도 조금은 나아지겠지. 무엇이 나를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려 했지만 이미 나에 대해선 일상에서 충분한 고찰을 해왔고, 이 이상 혼자 생각하는 건 의미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어제는 호흡과 마음가짐을 조금 바꿨더니 꽤나 잘 쉰 것 같아 좋았다. 천천히라도 바꿔나가야 벗어날 수 있다.
운동, 식습관, 생활습관 하나라도 어긋나면 지금은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 환경을 바꿔나가야 사람이 바뀐다는 것을 절절히 깨닫는다. 식재료를 주문하고,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외출하기로 피평가자와 룸메이트와 약속했다.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은 버린 지 오래였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지 않는가. 흘러 흘러 가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